제1044장

서정희는 염정훈의 셔츠를 찾아 갈아입은 뒤 얼른 침낭에 들어가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염정훈이 다시 돌아왔다. 침낭에 머리만 삐쭉 내민 서정희를 보니 신혼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염정훈은 방수가 되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조금 전 많이 젖은 듯했다. 외투를 벗어 거치대에 걸치자 안에 입고 있던 흰색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젖어서 착 달라붙은 옷 때문에 몸의 근육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염정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희야... 나 상의를 벗어도 될까?” 어젯밤의 일 때문에 서정희를 더 이상 자극할 수 없었다. 서정희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응.” 염정훈은 옷을 벗은 뒤 거치대에 걸어 말렸다. 그러고는 서정희가 고개를 돌린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바보처럼 웃었다. 정말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서정희가 목숨을 걸고 자기를 찾아오다니...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갑자기 이번 중독이 그리 헛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그토록 그리워하던 서정희를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는가? 서정희의 마음이 이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 더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염정훈은 모닥불에 쉴 새 없이 나무를 넣었다. 마른 땔나무라 불길이 빨리 치솟았다. 비가 얼마나 더 올지 모른다. 숲속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매우 크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더욱 심각했다. 염정훈도 몸소 겪어봤다. 만약 밤에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면 아마 오늘 밤 내내 장작을 태워야 할 것이다. 염정훈은 필요한 물품들을 늘 미리 준비했다. 비록 이미 많이 모아 놓았지만 내일까지 쓰기에는 부족했다. 서정희가 있으니 어떻게든 잘 보살펴 주고 싶었다. “정희야, 잠깐 나갔다 올게.” 염정훈은 칼을 들고 근처로 나갔다. 한 시간쯤 지난 뒤, 염정훈은 웃옷을 벗은 채 어깨에 장작 한 꾸러미를 메고 들어왔다. 뒤에는 또 한 묶음 더 끌고 있었다. 옷이 없는 바람에 남자의 탄탄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가슴 근육과 복근, 특히 복근 근육은 바지까지 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