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6장

염정훈은 쪼그리고 앉아 잘라놓은 대나무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굽는 동안 나무껍질과 넝쿨을 수집했고 약간의 가공으로 끈이 완성되었다. 여전히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등의 흉터가 그대로 드러나 보기만 해도 남성미가 풍겼다. 염정훈은 고개를 숙인 채 일에 몰두하며 말했다. “바닥에 벌레가 있어 더러울까 봐 대나무를 베어 간이침대를 만들었어. 이러면 밤에도 편히 잘 수 있을 거야.” 이런 것을 만드는데 익숙한 그는 30분이면 충분히 다 완성할 수 있었다. 그 옆에는 나뭇잎과 마른 풀들도 있었다. 모두 불 옆에 놓아 미리 말린 덕에 물기가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큰비 속에서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사람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건 가짜이다. “그냥 하룻밤만 자는 거야.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하지 않아도 돼.” “너의 일이라면 번거로운 거 없어.” 염정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에 몰두했다. 침대 너비를 훑어보니 염정훈은 자신이 누울 자리를 아예 계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동굴에 불이 있지만 오래 누워있으면 습기가 차기 마련이다. 몸속의 독이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염정훈에게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한 서정희는 먼저 입을 열었다. “있잖아...” 염정훈은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를 보며 물었다. “왜? 어디 불편해? 손이 또 아픈 거야?” “아니.” 염정훈이 연속으로 묻자 서정희는 쑥스러워졌다. “어차피 할 거면 정훈 씨 것도 하나 만들어. 지금 때마침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라 내일 또 비가 올지 모르잖아.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길을 떠나는 것도 불가능하고.” “나는 됐어. 남자는 바닥에 누우면 돼. 어디에서 자냐가 그렇게 중요해? 나가면 이런 거 신경 쓰지 않아.” 이 사람이 일에 몰두하는 얼굴은 여념 없는 고귀한 대표이사의 모습이었다. 염정훈이 다시 대나무를 잡으려 할 때 작은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불빛이 서정희의 뒤에서 반짝였다. 그녀는 맨다리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내가 하라면 그냥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