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3장
격하게 출렁이던 물결이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
가지 끝에 있던 꽃 한 송이가 바람에 날려 물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염정훈이 꽃을 집어 서정희 머리사이에 꽂았다.
서정희는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하게 머리를 말아 집게핀으로 고정했다.
“다 됐으면 가자. 오늘 날씨가 좋아서 많이 걸을 수 있겠어. 이 숲을 빠져나가려면 빨라도 7일은 걸려.” 서정희가 알렸다.
“그래.”
염정훈은 다음 끼니를 때울 수 있게 어젯밤 잡은 물고기도 챙겼다.
두 사람은 물건을 다 챙기고 길을 떠났다. 커다란 등산 가방을 멘 염정훈은 동굴 입구에 서서 미련이 남은 듯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앞장서 걷고 있던 서정희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안 가?”
염정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가.”
아마 평생 이곳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다음날 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은 풀내음과 별빛을 동무삼아 잠들기로 했다. 염정훈은 덩굴로 해먹 하나를 뚝딱 만들어냈다. 두 사람은 작은 침낭에 비집고 누워 머리 위에 별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정희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이런 삶이야 말로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닐까 하는.”
염정훈은 쫓기고 쫓는 그림자 같은 생활에 질렸다. 이제는 아이들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오붓하게 보내는 삶을 원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 서정희는 그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염정훈은 이렇게 그녀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고개를 내려 서정희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오늘 밤은 안 건드릴게. 잘 자.”
서정희는 어렵게 되찾은 소중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그녀에게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어지는 여정은 순조로웠다. 서정희는 체력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걷기 힘든 숲길을 하루에 십 킬로미터는 거뜬히 걸으면서도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생활에 일찍 익숙해진 것 같았다.
아마 요 몇 년간의 서정희는 멋진 삶을 살고 있었을 거다.
숲을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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