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1장
서정희는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 염정훈은 멀어져가는 차 번호판을 훑었다.
서정희에게 많은 집과 차를 주었지만 이 쿠페는 그가 준 것이 아니었다.
서정희는 예전에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운전을 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차만 끌고 다녔었다.
그의 정희는 몇 년 동안 많이 변해있었다.
그녀가 오늘 만나려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염정훈은 선뜻 그녀와 약속한 자신을 후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이제 그만 출발하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뒤에서 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오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손으로 립스틱 자국을 말끔히 지우고 돌아섰다. “가자.”
주차장에 차를 세운 서정희는 선글라스를 벗고 파운데이션을 꺼내 화장을 고쳤다.
거울에 비친 완벽한 얼굴을 보며 매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청순하지만 섹시했다.
손목의 팔찌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안심 언니, 오래 기다렸지. 곧 끝내줄게.”
한적한 카페에 피아노곡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지금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적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예술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통유리로 된 이 카페는 조용하게 내리는 눈을 감상하기 딱 좋은 핫플이었다.
그래서 많은 커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젊은이들이 소개팅을 하고 있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히터가 따뜻하게 틀어져 있는 카페에 앉아 흩날리는 눈꽃 속의 교회를 마주보며 달콤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
창가 쪽 자리에 한 남자가 영어로 된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가끔 손목 시계를 보기도 했다.
차가 막혀 늦을 수도 있다는 상대방의 문자를 받았다.
남자는 곧게 뻗은 손가락을 놀려 답장을 보냈다. “괜찮아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얼마나 지났을까 상대방이 3분 뒤면 도착한다고 문자를 보내오자 잡지를 넘기던 손이 멈칫했다. 마음이 점점 긴장해졌다.
2년 동안 채팅을 한 두 사람은 영혼의 단짝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상대방이 누구인지 몰랐다.
남자는 그저 상대방이 계속 외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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