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3장

진아영은 서정희가 마음만 먹으면 세상 그 어떤 남자도 그녀의 미모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라 배우자를 선택할 때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저 시간 문제다. 전의현은 넋을 잃었다. 눈송이가 날리는 성당앞에 서있는 서정희는 배꽃처럼 청초했고 그녀가 미소를 짓는 순간 전의현은 잠깐 심쿵했다. 위험을 느낀 전의현은 바로 상자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게 뭐죠?” “열어 봐요.” 그저 평범한 나무 상자인데 여는 순간 전의현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상자 안에는 하얀 에델바이스였다. 인간이 올라갈 수 없는 높은 곳에 존재해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전설속의 꽃이고 매우 귀중했다. 어느 사진 작가가 이 꽃의 사진을 찍어 많은 인기를 얻었고 사람들은 실물을 보기 위해 찾아갔지만 눈에만 담고 가질 수는 없었다. 전의현은 화가로서 서정희와 2년 동안 소통하면서 이 꽃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에델바이스네요? 어떻게 구한거죠?” 서정희는 별일이 아닌듯 무심하게 말했다. “여행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의현씨 말이 떠올라서 가져왔어요. 의현씨가 그리면 멋질 것 같아서요.”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꽃이 아니잖아요, 정희씨...” 때마침 서정희가 머리를 만져 손바닥에 난 상처가 드러냈다. 며칠 전 염정훈을 찾기 위해 남긴 상처였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하얀 피부에 딱지가 앉아 매우 눈에 튀였다. “손이 왜 그래요?” 서정희는 어색한 듯 손을 등 뒤로 숨겼다. “별거 아니에요. 주문은 했어요?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프네요. 일단 식사부터 해요.” 전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겨 양쪽 손바닥에 가득한 상처를 발견했다. “어떻게 된거에요?” 서정희는 바쁘게 손을 뺐다. “록명산을 지나갈 때 이 꽃을 봤다는 소식을 듣고 올라갔는데 운 좋게 산소가 떨어지기 전에 따게 됬어요. 다행하게도 다른 관광객들이 있어서 산을 내려 목숨을 건졌어요. 항상 운이 나빴는데 이번에는 예외였네요.” 서정희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