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7장
그 검사는 단순한 건강검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정희는 속으로 호색한이라고 욕하면서도 표정은 전혀 변함없이 답했다.
“시간이 다 됐네요. 백지연 씨가 어떻게 됐는지 가봐야겠어요.”
그녀가 도망치듯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염정훈은 입 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정희야, 내가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어디로 도망쳐?
백지연의 발을 물에서 꺼내자 이미 빨갛게 되었고, 물집도 여기저기에 생겼다. 백지연은 너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
“지연아, 참아. 곧 나을 거야.”
백현은 여전히 백지연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자 위로했다.
백지연은 백현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면서 염정훈을 쳐다봤다.
“정훈아, 너무 아파.”
그 모습은 백현에게 뺨을 갈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백현의 눈빛에 독기가 퍼졌다.
서정희는 하나님의 시각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흥미진진했다.
백지연은 서재평과 변선희의 딸로서 두 사람의 장점만 닮다보니 생김새는 괜찮았다.
특히 두 눈은 서재평을 꼭 닮았고, 입술과 오관은 변선희를 닮았다.
만약 성격만 패악하지 않았어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을 것이다.
지한은 죽으면서까지 그녀를 부탁하지 않았는가?
백지연의 얼굴은 남자들의 마음속 첫 사랑 얼굴이었다.
물론 백지연의 고통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연민이겠지만, 염정훈에게 있어서는 독이었다.
백지연은 염정훈에 대한 지한의 은혜를 소진했다. 그러면서 염정훈과 서정희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서정희에 대한 염정훈의 그리움이 얼마나 컸으면, 백지연에 대한 미움이 그만큼 컸을 것이다.
만약 지한만 아니었더라면 백지연은 오래 전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백지연의 눈물이 염정훈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리가 없었다.
염정훈은 차갑게 답했다.
“아프면 의사를 찾아야지, 나는 왜 찾아? 내가 진통제야?”
백지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체온을 가진 인간의 입에서 어떻게 저렇게 냉정한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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