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6장
백지연은 계속해서 입으로 욕했다. 다만 스스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기에 울면서도 담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처지가 되었는데도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한다니, 하늘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옆에서 탄식하던 어르신이 타일렀다.
“지연아, 조금만 참아. 일어서려면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거야.”
“저 담그지 않을래요. 뜨거워서 죽을 것 같아요.”
“당신, 어디에서 온 돌팔이 의사야. 나랑 무슨 원한이 있기에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정훈아, 나 좀 구해줘.”
백지연의 소리는 끊임없이 방안에서 들려왔다. 염정훈과 서정희는 밖에서 디저트에 커피를 마시면서 눈 내리는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백 씨 댁은 서 씨 댁과 달리 건물이 고풍스러웠다. 그래서 눈 내리는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백 씨 가문 사람들은 방안에서 백지연을 위로하고 있었기에, 밖에는 서정희와 염정훈 두 사람만 있었다.
염정훈의 마음속에는 서정희밖에 없었기에 백지연의 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그는 포도 껍질을 벗겨서 서정희의 입가에 가져다주면서 말했다.
“포도가 느끼함을 덜어줄 거야.”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서정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거절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서정희가 입을 벌리자 염정훈의 손끝이 그녀의 혀끝을 스쳤다. 촉촉함이 손가락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이 움찔했다.
이 미친 놈은 아무튼 장소를 안 가려.
서정희는 불만을 눈빛으로 표현했다.
염정훈은 방금 전에 서정희의 혀끝이 스쳐간 손가락을 핥으면서 한 마디 했다.
“포도가 엄청 다네.”
염정훈의 동작을 보자, 서정희는 사극에서 나라를 망쳐 먹은 요녀 왕비들이 떠올랐다. 정장 차림으로 저런 행각들을 하니 유혹이 더 컸다.
이때 그녀의 입가에서 저도 모르게 포도즙이 흘러나왔다. 염정훈은 한 손으로 소파를 짚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받치더니 입을 맞췄다.
서정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친 놈 지금 뭐하는 거야?
자신은 복수하러 왔는데, 이 남자는 자극을 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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