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5장

염정훈은 이 게임에 무척이나 관심이 있어 보였다. “Vanessa 선생님도 젊은 나이에 대단하시던데, 혹시 싱글이신가요?” 서정희는 염정훈을 한 번 지긋이 응시하더니 답했다. “지혜로운 자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 법이죠.” 백지연은 순간 표정이 굳었다. 오늘 염정훈은 자신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외간 여인이 싱글인지 아닌지는 왜 물어보는데? 다만 염정훈에게 너무 오랫동안 냉대를 받았던 터라 백지연은 감히 그가 싫어하는 짓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훈아, ......” 염정훈은 그제야 오늘 백지연의 명의로 이곳을 찾았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백지연에게로 옮겼다. 몇 년 동안 백지연은 많이 야위었다. 안색도 창백하고 많이 아파 보였다. 휠체어에 앉아서 불쌍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지한을 위해서라도 연민의 마음이 생겼을 텐데, 그녀로 인해 서정희가 겪었던 갖은 고통을 생각하면 한없는 원한만 부풀어올랐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그럴 리가. 그녀의 삶은 암흑 자체였다. 그녀는 하루가 1년 같은 나날들을 보내왔다. 다만 백지연은 눈가를 붉히면서도 잘 지냈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염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동생은 제가 잘 돌보고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이때 염정훈은 백현에게 관심이 갔다. 백 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염정훈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백현에 대한 그의 인상은 여전히 어릴 적 병에 시달리던 약한 모습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가문의 주인 모습을 갖추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교류도 없었고, 염정훈은 그저 고개를 까닥하면서 답했다. “그래요.” 어르신은 염정훈이 찾아왔다고 무척 기뻐했다. “정훈이가 오랜만에 와서 주방에 특별히 신경 쓰라고 일러뒀어. 오늘 저녁에는 나랑 술 한 잔 해야 돼.” 염정훈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서정희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Vanessa 선생님은 의술이 뛰어나다고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