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6장

이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왔을까? 서정희는 A시에 친구가 없다. 배달이나 택배는 더더욱 없다. 인터폰을 켜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염정훈이다. 그가 이곳을 어떻게 알았지? 정말 개 코인가? “오빠, 정훈 씨 왔어요. 나가 보고 올게요.” “응.” 두 사람은 분명히 약속했었다. 그깟 일 때문에 여기까지 쫓아왔을 리가 없다.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어차피 그는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만나보면 자연히 알겠지... 서정희가 문을 열었다. “정훈 씨가 왜...” 말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염정훈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남자의 뜨거운 포옹에 서정희는 깜짝 놀랐다. “오늘 뭐 잘못 먹었어?” “정희야, 괜찮아서 다행이야. 휴대전화가 꺼져서 하루 종일 찾았어.” 서정희는 수술 중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염정훈과 연락하던 휴대전화를 아예 꺼버렸다. “저기... 고작 하루 사라졌을 뿐이야. 이럴 필요 없잖아.” 염정훈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남자의 몸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었다. “정희야, 너 환득환실이 뭔지 알아? 너를 잃은 고통을 겪었고 천일 넘게 찾았어.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뎠는지 알아? 이제 겨우 너를 찾았는데... 정희야, 너에게 바라는 거 이제 아무것도 없어. 단지 무사하고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야. 오늘 아침에 급히 떠난 것을 발견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했어.” 서정희의 덤덤했던 얼굴이 드디어 미세하게 요동쳤다. 염정훈이 이 정도로 겁에 질려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을 뻗어 염정훈의 등을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 내가 이렇게 무사히 잘 있잖아.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보여?” 염정훈의 얼굴에 비쳤던 당황스러움은 그제야 사라졌다. “백씨 집안에 갔었는데 네가 몸이 안 좋아서 주사 맞으러 가지 않았다고 했어. 그래서 많이 걱정했어.” 서정희는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그건 어젯밤에 정훈 씨가 너무 과격해서... 유리창에 밀고...” 서정희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염정훈은 관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