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0장

지난번과 다른 점이라면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현관 앞에는 안전요원이 있었고 의사도 있었다. 그리고 눈시울이 시뻘게진 한송이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원해인의 옷자락을 잡고 물었다. “아저씨, 이 의사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를 구할 수 있겠죠?” 서정희는 염정훈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한송이도 여기에 있어?” 염정훈이 설명했다. “응. 본명이 부송이야.” “설마 저 여자 아버지라는 거야?” 염정훈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쟤네 집안 얘기는 하자면 길어. 하지만 너의 말이 맞아, 확실히 그분 딸이야. 각하는 나의 은사님이기도 하고.” 서정희는 코웃음을 쳤다. “참 정겨운 소꿉친구네.” 염정훈은 난감했다. 이런 복잡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누군가가 차 문을 열어젖혔다. 한송이가 달려들며 외쳤다. “의사 선생님...” 그녀는 앉아 있는 것이 바네사인 것을 보고 표정이 확 변했다. 초록색 눈동자의 어린 소녀가 자기를 죽이려 했던 끔찍한 모습을 잊지 않았다. 분명 천사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뱀과 같은 독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소녀였으니 말이다. 이런 괴물을 낳은 여자가 좋은 사람일 리 없지 않은가! “어떻게 당신이야? 여기 뭐하러 왔어?” 원해인의 얼굴에는 기쁜 모습이 역력했다. “자식, 역시 너밖에 없어. 바네사를 초대하다니!” 사실 원해인도 마음속으로는 서정희를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그녀가 산골 마을에 있다 보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사람을 보낸다고 해도, 그녀가 오겠다고 동의를 한다고 해도 그사이 환자는 이미 죽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염정훈이 그녀를 데려올 줄 몰랐다. 그는 한송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계집애야, 허튼소리 하지 마. 이분은 심장외과 분야에서 탑클래스야. 이분만 있으면 각하를 구할 수 있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송이는 마을에서 이 여자를 처음 봤을 때부터 싫어했다. 여자의 본능적인 식스 센스라고 할까... “이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