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1장

서정희는 단호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래요, 저도 못 하겠네요.” 그동안의 만남을 통해서 서정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원해인은 얼른 다가가 말했다. “아이고, 두 여사님. 송이야, 너 일단 좀 다른 곳에 가 있어. 너는 바네사가 누군지 모르잖아. 작년에 바네사는 오늘보다 더 어려운 수술도 해냈어. 그때는 심장에서 총알을 빼냈었지. 그리고 사람을 구했어.” “허풍 치지 마요. 총알이 심장에 박혔는데 어떻게 살 수 있어요?” 서정희는 코웃음을 쳤다. “산 넘어 산이네요. 설마 떡을 치는 것과 망치를 휘두르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도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설명해도 한송이 씨는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해인 아저씨, 나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으니 수술은 할 수 있는 사람 찾아서 시키세요.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지 마, 제발. 온 김에 한 번만 가봐, 혹시 알아? 구할 수 있을지.” “그래요.” 서정희는 원해인을 따라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환자의 증세는 이곳에 오기 전에 보고서와 사진들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 병실에 들어서니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다. 침대에는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예전에 항상 뉴스 연합 방송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숨이 겨우 붙어 있는 상태로 누워있다. 한송이가 어느 정도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어쩐지 그렇게 도도하더라니... 이런 집안 배경이 있으니까 행동이 제멋대로였을 것이다. “언제 다쳤어요?” “새벽 5시 반이요.” 서정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한이 부상당한 것도 이 시간 때이다.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부남진을 암살한 사람이 지한일까? 이런 생각에 서정희는 이 일을 애당초 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지한은 자기의 목숨을 대가로 부남진의 암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녀는 염정훈을 위해 부남진을 살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왜?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 서정희는 여전히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어요. 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나가서 얘기하죠.”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