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5장

서정희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교수님을 따라 수술을 견학한 적이 있어. 그때 어떤 명의가 수술하다가 두 손에 경련이 일어나 환자가 거의 죽을 뻔했어. 우리 교수님이 겨우 환자를 구했고. 그 명의가 누군지 알아?” “이 교수야?” “응, 정신적 병이라 완치가 어려워. 특히 심한 자극을 받았을 때 더욱 통제하기가 어려워. 각하의 부상은 의사라면 이 수술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 알고 있어. 따라서 심적 부담이 크면 분명 발병하겠지.” “이미 다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 서정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산이 아니라 운에 맡겼을 뿐이야. 수술을 더 어렵게 만들어 놨으니 어쩌면 이제 각하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몰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 같아.” 염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서정희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삶과 죽음은 하늘에게 맡겨야 한다. 바깥의 눈보라를 바라봤다. 심심한 서정희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이때 염정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각하를 처음 만난 날도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렸어. 내 앞에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염씨 집안의 자식이냐고 물었어. 꼭 마치 어르신처럼.” 염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각하도 지금의 위치에 있지 않았어. 나와 송희재가 그를 위로 올렸지. 우리를 절대 푸대접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이익이 아니야. 염씨 집안에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염씨 집안을 지켜줄 죽음 면제권이었어. 어려서부터 염씨 집안에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각하는 나를 아들처럼 대했어. 나의 스승이자 아버지였어. 물론 나를 잘 대해준 것이 단지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속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따뜻함과 관심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어. 그래서 내 앞에서 절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서정희는 메시지를 보낸 뒤 휴대전화를 끄고 염정훈의 어깨를 툭툭 쳤다. “시간 나면 과거 이야기 좀 들려줘.” 염정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