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8장

한송이는 분명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 부씨 가문이 무너지면 가문의 영광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그녀는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눈이 시뻘게진 부장성과 시선을 마주친 한송이는 그제야 진짜로 공포를 느꼈다. 그녀의 오빠는 그녀와 달리 아주 어린 나이에 군대를 갔다. 그녀가 어떤 명품을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오빠는 수없이 많은 공로를 세웠다. 부씨 가문의 덕을 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오늘의 자리에 올라왔다. 고생과 굶주림을 겪으면서 어둠에서 햇빛이 비치는 곳으로 걸어나왔다. 하지만 재벌 집 아가씨 한송이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빠, 아파...” 한시안이 얼른 다가가 아들딸을 떼어놓았다. “됐어. 장성아. 네 동생도 아빠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화풀이해도 소용없어.” 그러자 부장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너무 오냐오냐하게 키워서 그래요. 같은 이십 대인데 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의사가 됐어요. 그런데 송이는요? 쓸모없는 인간일 뿐이라고요.” 설령 한송이가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염정훈과 부씨 집안에 의해 얻은 것이다. 재벌 집 아가씨가 어떻게 서정희처럼 고생할 줄 알겠는가? 한송이는 손가락만 까딱해도 다른 사람이 목숨을 걸어야 얻을 수 있는 명예와 지위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한송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염정훈을 바라봤다. 그에게서 위로를 받고자 했다. 체면 때문에 염정훈은 그동안 한송이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부장성은 마치 대변인인 것처럼 염정훈의 속마음을 전부 말했다. 기뻐해도 모자랄 판이다. 위로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외면하며 한송이의 시선을 모른 척했다. 예전의 송희재였다면 분명 위로의 말을 했을 테지만 오늘 이 일이 그로 인해 일어난 이상 최대한 자신의 존재를 감춰야 했기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수술실 문이 드디어 열렸고 사람들은 순식간에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가장 먼저 걸어 나온 것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원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