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3장

서정희는 여전히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각해볼 게요.” 서정희는 손을 쓴 사람이 지한이란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지한은 부남진을 죽이지 않고 되려 자신이 살리게끔 했다. 지한에게 복수를 해야 할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부씨 집안 사람들일까? 만약 맞다면 서정희는 무조건 지한의 편에 설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은 확실히 조사한 뒤에 다시 생각할 것이다. 서정희가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은 것을 보고 부장성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저희 아버지 목숨은 선생님이 살리신 거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목숨 빼고는 다 드릴 수 있어요.” 목숨 빼고는 다 줄 수 있다니. 대단한 집안이네. 하긴 그 지위에서 원하는 건 뭐든 쉽게 얻을 수 있으니. 서정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부족한 게 없어서요. 잠시 킵해둬도 될까요? 나중에 필요한 게 생기면 연락 드릴게요.” 부장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언제든 괜찮습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건넸다. “필요한 게 생기면 이 번호로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그리고 제 동생 어릴 때부터 이쁨만 받고 자라서 조금 철이 없어요. 동생이 한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서정희는 말없이 그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부장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요?” 서정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저 동생 분이 부러워서요.” 그녀에게도 오빠가 있다면 이렇게 애지중지 사랑 받으면서 살았겠지? “제안 생각해볼 게요. 검사 결과 보러 이만.” 서정희는 자리를 뜨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가족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형제가 있을까? 이 일도 드디어 일단락 되었다. 다들 이석훈이 수술대에서 실수한 일은 떠벌리지 않았지만 그 일로 이석훈은 다시는 메스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송희재는 자신도 연루될까 봐 안절부절 못했다. 염정훈은 바네사를 추천했단 이유로 부씨 집안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하지만 염정훈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서정희가 병원에 남아있는 틈을 타 조용히 병원을 떠났다. 진영이 사람을 이끌고 마당에 쳐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