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2장

서정희가 앞으로 조금 다가갔다. 부남진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젯밤 일은 다 전해 들었어요. 젊은 나이에 패기까지 갖추다니 보기 드문 인재예요. 한의학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원 교수한테 들었어요. 당분간 쉽게 회복 될 몸도 아닌데 그동안 제 전담 의사로 남아주실 수 있을까요?” 원해인이 했던 말 대로 되었다. 뛰어난 인재는 모두 국가에 넘겨야 할 판이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그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겠지만 서정희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서정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곁에 있던 한송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빠,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곁에 둬요?” 부남진이 자애롭게 다독였다. “송이야. 바네사 선생님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어젯밤 날 구하려고 그렇게 애쓸 필요가 있었을까? 원 교수랑 상의하고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야. 바네사 선생님은 한의학, 서양의학 다 능통하신 분이야. 이보다 더 적합한 분은 없어.” “각하, 죄송하지만 전 아직 그 자리를 부임하기에 많이 부족한듯 싶습니다. 그러니 다른 분을 다시 찾아봐 주세요.” 한시안이 다급히 바네사의 손을 붙잡았다. “의사 선생님이 그런 능력이 안된다면 이 세상 누구도 안 될 거예요. 의사 선생님 능력은 우리가 다 알고 있잖아요. 조건이나 요구 얼마든지 얘기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다 들어 드릴 수 있어요.” “저 같은 시골 의사는 그런 높은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아서요. 그리고 전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매일 시간 맞춰서 출퇴근 하는 거 아마 힘들 것 같아요. 앞으로 며칠 간은 병원에 남아서 상태 봐 드릴 순 있어요. 각하께서 안정되는 날 그때 떠날 게요.”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네. 그쪽이 누구라고 감히 지금 우리 아빠 부탁을 거절해?” 원래도 불만이 가득했던 한송이는 부탁을 거절한 서정희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의사 나부랭이가 제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 좋은 자리를 주는데 넙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