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2장

서정희는 염정훈에게서 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번외의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지한과 지성이 형제일 거라고는 더더욱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애초부터 나를 이용해 염정훈을 죽이려고 나에게 접근했던 거야? 오빠가 말하던 복수 상대가 염정훈이었고?” “응. 나랑 알게 된 거 후회돼?” 지한이 차분하게 물었다. 서정희는 되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사실 그동안 매일매일이 불안했어. 이유 없이 나한테 잘해준다는 게 이상하기도 했고 오빠가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는 것 같았거든. 근데 아이들도 잘 보살펴주고 나도 잘 챙겨주니까 오빠를 나쁜 사람으로 보기 힘들었어. 그래서 항상 무슨 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걱정했는데 지금 그 이유를 알았으니 오히려 시름이 놓이네.” “나 원망 안 해?” “오빠를 왜 원망해? 오빠가 아이들을 장기말로 쓰고 싶었다면 아이들에게 염정훈이 나쁜 사람이란 생각을 얼마든지 심어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잖아. 미숙아인 아이들을 친엄마인 나보다도 더 잘 케어해줬어. 덕분에 아이들이 천진하면서도 용감한 아이로 클 수 있었고. 오빠에게 고마워해도 모자를 판에 어떻게 원망하겠어?” “그리고 나도 그래. 내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도와주고. 그동안 오빠를 진짜 가족으로 생각했어.” 지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두 아이들을 보면서 형 생각이 많이 났어. 우리도 쌍둥이였거든. 다들 내가 얼마 못 살 거라고 했지만 형이 먼저 갈 줄이야.” 지한의 두 눈이 붉어졌다. “그래서 두 아이만큼은 내 복수와는 별개로 자유롭고 밝게 자랐으면 했어.” “그래서 내가 오빠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그런 오빠를 미워할 수 있겠어? 지금은? 아직도 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어?” 지한이 서정희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동안은 네가 곤란해 할까 봐 너에게 얘기 안 했어. 네가 그 사람 한번도 잊은 적 없다는 거 알고 있었어. 만약 내가 그래도 그 사람에게 복수하겠다면 넌 어떡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