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3장

염정훈의 도움이 있어 서정희는 마음이 놓였다. A시에서 탑 오브 탑이니 지한은 당분간 안전할 것이다. 이번에 심하게 다쳐서 회복하는 데 몇 달 걸려야 하니 잠시 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정희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일주일 동안 백지연을 찾지 않았지만 백씨는 그녀의 말대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뜨거운 물로 다리를 담그게 했다. 덕분에 백지연의 다리에는 물집이 가득 생겨 매일 터뜨리고 서정희가 특별히 제작한 연고를 바르곤 했다. 하필이면 연고의 효과가 좋아 다음날에 바로 딱지가 앉았고 새로운 시련을 겪어야 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백지연은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다시 백지연을 만났을 때 서정희의 마음은 복잡했다. 지성이 이런 여자를 마음에 뒀다는 게 놀랍고 그의 유언 한 마디에 자신이 그 고통을 겪을 줄이야. 백지연은 서정희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증오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백 어르신과 백현의 생각은 달랐다. 백 어르신은 지인으로부터 서정희가 각하를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다시 방문했을 때 직접 그녀를 맞이했다. 외부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부 간부들은 이미 각하가 암살 당한 소식과 명의 바네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바네사 씨. 제가 정말 애타게 기다렸어요.” 서정희는 어르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녀는 그저 겸사겸사 백지연을 괴롭히고 싶었던 것이었다. 서정희를 다시 만난 백지연은 표정이 복잡해 보였고 태도도 바뀌었다. 서정희가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할아버지께서 그녀의 의술이 대단해 반드시 다리를 치료해줄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백지연도 본성을 숨기고 화를 내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그녀는 통증에 익숙해졌고 적어도 전처럼 울부짖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리를 담글 때마다 백지연은 수건을 깨물며 끊임없는 고통을 견뎌냈다. 서정희는 그녀를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 겨우 이정도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임신했을 때 침대에 누워 이불을 깨물어야만 울음소리를 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