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1장
서정희의 목소리는 한 줄기의 바람처럼 음침한 분위기를 사라지게 했다. 부남진마저 찌푸린 미간을 풀었다.
부남진을 잘 아는 사람은 그가 기분이 나쁠 때 곁에 다가가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인 한시안도 마찬가지었다.
서정희보고 잠시 기다리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온화한 태도로 응했다. “들어와요.”
서정희는 문을 열고 들어와 염정훈을 모르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 “염정훈 씨도 계시네요. 많이 만들어서 다행이에요, 같이 드세요.”
분명히 때를 노려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연기가 점점 는 것 같다.
“일이 있어서 일단 돌아갈게요. 편히 쉬세요.”
“그래, 다음에 얘기하자.”
서정희는 대추떡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차를 끓이러 갔다. “어르신, 어떤 차를 드시고 싶으세요?”
그녀가 능숙하게 도구를 다스리는 것을 보고 부남진은 눈을 떼지 못했다.
억눌렀던 추억이 다시 떠올리면서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대추떡을 먹었다.
대답이 들리지 않자 서정희는 고개를 들고 다시 물었다. “어르신?”
부남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죄송해요, 잠시 딴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과 닮은 곳이라곤 눈 뿐인데 넋을 잃었다니, 참 말이 안 된다. 바네사가 만든 대추떡이 기억속의 맛과 똑같아서 그 사람이 생각난 것 같다.
“용정차는 어때요?”
“좋아요.”
지금 부남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몇 걸음 걸을 수 있다. 서정희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는 거절을 했다. “아닙니다, 혼자서 할 수 있어요. 이러다가 페인이 될지도 몰라요.”
“알겠어요. 회복은 했으나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젊은 친구보다는 못해요. 조심해야 합니다.”
“바네사 씨, 가족은 있어요?”
서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몰라요. 살아 있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왜 안 드세요? 맛이 없나요?”
대추떡을 만드는 법은 박 씨 할머니한테서 배운 것이었다. 할머니는 정신상태가 좋지 않았고 멀쩡할 때는 태희 씨와의 일들을 서정희한테 알려주곤 했다.
할머니는 그들이 사는 곳에 대추나무가 있어 항상 태희 씨에게 대추떡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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