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2장

서정희는 당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때 무슨 일이 었었나요?” 부남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먹어요.” 둘이 대추떡을 먹는 동안 그는 자신을 할어버지라고 불으라고 계속 권했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서정희도 할 수 없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할아버지.” “그래, 예쁘네.” 부남진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리 봐도 눈앞의 부남진은 최고의 위치에 이른 각하가 아니라 그저 친철한 노인이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을 때 서정희는 마음이 복잡했다. 가족과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싫어하지는 않았다. 며칠 후 부남진이 퇴원했고 서정희는 주치의로서 부씨 저택으로 같이 떠났다. 차는 A시의 어느 정원에 들어갔고 수없는 경호원들이 밖을 둘러쌌다. 서정희는 차에서 내려 서둘러 부남진을 부축했다. 한송이와 한시안은 뒷차를 타고 왔고 한송이는 내리자마자 투덜거렸다. “의사 따위가 아빠랑 같은 차를 타다니, 웃기지도 않아 진짜.” 부장성은 차갑게 그녀를 노려 보았다. 그래도 전처럼 오만하게 굴지 않았으니 말을 아꼈다. 서정희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못 들은 척하고 부남진을 부축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대추나무 몇 그루가 보였다. 겨울이라 배추는 전부 떨어졌고 나무가지엔 흰 눈이 쌓여있었다. 마당의 눈은 깨끗하게 쓸어졌고 공기속은 은은한 매실향이 났다. 부씨 저택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한 오래된 건물이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부남진이 재킷을 벗어 서정희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옷을 걸 곳을 찾을 때 집사가 다가와서 도왔다. “저한테 주세요.” 그녀가 부남진을 부축하고 소파에 앉자 한시안이 집사한테 말했다. “이분은 어르신을 돌봐주는 분이셔. 오 집사, 주방으로 모셔서 소개를 해줘요.” 서정희는 한시안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말은 거의 자신을 하녀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사와 함께 떠났다. 이때 부남진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