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5장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두 사람은 자리에 착석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부장성의 매서운 눈빛이 느껴졌다. 누가 자신의 뒤통수에 총구를 겨눈 듯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전의현이 말수가 적었다. 서정희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 했다. "장성 오빠, 이번에는 며칠이나 머무르세요?" 목소리애 애교가 철철 흘러 넘쳤다. 듣기만 해도 마음 속의 보호 본능을 일으켰다. 부장성이 차갑게 대꾸했다. “음악 감상 시에는 말을 삼가주세요.” 서정희는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쑥맥이니 그동안 서른 살이 넘도록 모쏠이지! 서정희는 순간 자신은 행운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염정훈은 차갑기는 했어도 자신에게는 다정했고 저런 말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뒷좌석의 아가씨는 저런 쑥맥과 소개팅을 하고 있다니 얼마나 힘겨울까. 아니나 다를까 여자는 그 뒤로 더는 말이 없었고 무대의 연주 소리만 남았다. 부장성은 방금 자신이 들어올 때 자신에게 꽂혔던 여자의 시선을 느꼈다. 그가 눈길을 주었을 때는 이미 시선을 거두었다. 자리에 앉은 부장성은 그 여자의 뒤통수와 진주 리본 귀걸이만 보였다.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전해졌다. 약 냄새, 바네사한테서 나던 냄새였다. 설마 바네사도 여기에 와있는 걸까? 부장성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앞뒤 양옆에 모두 여자가 있었고 양옆과 뒷자리의 여자 얼굴을 확인해봐도 바네사는 없었다. 여자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한 부장성은 바네사에게서 나던 향이 니치 향수 냄새는 아닐까 생각했다. 항상 사내들 사이에 있던 그는 그 독특한 향기는 바네사만의 냄새인 줄 알았다. 주위의 여자들은 다 향수를 뿌리는 습관을 갖고 있었지만 거의 다 플로럴이나 시트러스 향이었지 단 누구도 약 냄새가 나는 향수를 뿌리진 않았다. 딱 한 사람, 앞자리의 여자는 한 사람만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서정희는 어쩐지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솜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부장성의 카리스마가 너무 세다고 생각했다. 부씨 집안 사람들에게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