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7장

한송이는 송희재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면 얼마나 상처받겠는가? “아니, 아빠가 화내실까 봐 두려워서요. 결혼도 안 했는데 아이를 가졌다고요.” “화는 내시겠지만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어? 기껏해야 잔소리 몇 마디 할 뿐이야. 네가 밖에서 혼자 잘 먹고 잘 자지 못할까 봐 두려운 거야. 때가 되면 사람을 보내 너를 데리러 올 거야. 게다가 어르신들은 빨리 손주를 보고 싶어 하셔. 장성이 형이 결혼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아이는 없을 테고... 너라도 일찍 아이를 낳는다면 각하와 사모님 모두 매우 기뻐하실 거야.” 송희재는 마치 마귀처럼 한송이의 귓가에 속삭이며 그녀를 유혹했다. “송이야,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 것을 봐서라도 아이 한 명만 낳아줘. 서정희는 겨우 스물 몇 살인데 벌써 큰 애가 있잖아.” 서정희만 언급하면 한송이의 얼굴에 냉기가 스친다. 염정훈은 한송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다음에 염정훈이 다쳤을 때 누가 수혈해주겠는가? 한송이는 심지어 염정훈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염정훈에게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이 천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평생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게 하고 싶었다. 그녀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알았어요. 약은 먹지 않을게요. 임신은 하늘의 뜻이니 운명에 맡길게요.” 송희재는 입꼬리를 가볍게 치켜세웠다. “우리 아기는 분명 예쁠 거야.” “번갯불에 콩 닦아 먹겠어요. 뭘 그리 서두르세요.” “송이야, 나 지금 너무 기뻐. 네가 내 아이를 낳아준다는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야.” 염정훈의 냉담함보다 송희재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그녀의 심장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송희재와 만난 이후 한송이는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게 되었다. 송희재는 출신도 깨끗하고 적극적이다. 염정훈 못지않다. 그동안 눈이 멀어 자기를 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염정훈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염정훈, 너의 선택을 반드시 후회하게 할 거야!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