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6장

한송이는 눈을 깜빡였다.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이때 송희재가 천천히 몸을 숙였다. 한송이는 자기에게 키스하려는 줄 알았다. 저도 모르게 속눈썹이 떨렸다. 송희재는 그녀를 아무 말 없이 안아줬다. 남자의 체온이 그녀의 몸을 조금씩 따뜻하게 녹이며 눈보라를 막아줬다. “이러면 춥지 않을 거야.” 예전에 이 남자에 대한 마음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이 순간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팔을 올려 남자를 안았다. 먼저 손을 들어 남자 품에 안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의 품에 안겨 그의 강한 심장 소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오랫동안 염정훈을 따라다녔고 이제 그녀도 지쳤다. 염정훈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한송이는 전에 없던 홀가분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날 밤, 송희재는 한송이와 함께 있었다. 술기운도 약에 의존한 것도 없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이번에 한송이는 염정훈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오롯이 송희재만 있었다. “희재 씨, 정말 나에게 잘해 줄 거예요?” 송희재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귀에 속삭였다. “겨우 곁에 두게 된 여자를 어떻게 잘해주지 않을 수 있겠어?” 마음이 흔들린 한송이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런데 송희재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시간이 늦었어. 오늘 할 일이 많아서 이만 일어나야 할 것 같아.” 한송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사실 그와 귓속말을 나누며 조금 더 함께하고 싶었다. “뭐가 그렇게 바빠요? 내가 아빠에게 일 좀 줄여달라고 말할까요? 그러면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요.” 송희재는 웃으며 그녀의 콧등을 톡 쳤다. “바쁘지 않으면 네가 원하는 것들을 어떻게 다 해주겠어. 다른 사람들에게서 내가 부씨 집안 배경으로 잘 됐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송이야, 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든 것을 너에게 주고 싶어. 나는 남자야. 이해하지?” 한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