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9장

서정희가 입을 열지 않자 부장성은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번거로울까 봐 그러는 거 알아. 하지만 말만 하면 돼. 우리 집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돈과 사람이야. 예전에는 무엇이든 혼자 해야 했다면 지금은 달라. 이제 여기가 너의 집이야. 네에게는 우리 가족이 있어. 번거로워하지 마. 안 그러면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잖아.” 부장성의 이런 말들은 서정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서제평 말고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이다. “둘째 삼촌, 그동안 내 생각이 짧았어요. 저는 방이 아늑한 것을 좋아해요. 다른 요구는 없어요.” “그래. 알았어. 디자이너에게 말할게.” “가능하면 마당에... 매화나무를 몇 그루 심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서씨 저택에 있을 때도 집에 매화나무가 있었거든요. 그 매화나무가 너무 좋았어요.” “알았어, 또 다른 것은? 얼마든지 말해.” 서정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어요.” “앞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우리 앞에서 두려워할 필요 없어. 가족이잖아, 무슨 일이든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아. 아버지가 너를 족보에 올릴 준비를 하고 계셔. 하지만 밖에서 다른 말들이 오갈까 봐 너의 신분은 당분간 외부에 비밀로 할 거야. 적절한 시기가 되면 그때 발표할 거야.” 서정희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이 합당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그럼 삼촌 어머니 쪽은...” 부장성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아버지는 어머니를 피하기 위해서 숨기는 거야.” 서정희는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왜요?” “사실 아버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아. 심지어 내가 볼 때, 그저 책임감 때문에 어머니와 같이 있는 거라는 느낌이 들어.” 부장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웃긴 얘기이기는 한데 사실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거든. 염정훈에게 몰래 약을 먹여 염정훈과 내 여동생의 혼사를 맺어주려 했다는 걸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나와 아버지는 그런 수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