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4장

한시안은 뭔가 잘못됐음을 짐작했다. 부남진의 입에서 말이 나오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남진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부남진이 설명했다. “예전에 당신에게 말했던 적이 있을 거야. 누군가를 좋아했었다고. 당신을 배신했던 적은 없어. 아이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 생긴 거니까. 정희는 우리 두 사람의 손녀야.” “아빠, 얘가 어떻게 아빠의 손녀야? 얘...” 한송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남진은 차갑게 한마디 했다. “정희와 따로 유전자검사까지 했어. 내 핏줄임을 확인했어. 정희는 앞으로 우리 가족이야. 너는...” 부남진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부터 너 같은 딸이 없다고 생각할 거라고 말했으니 알아서 해.” 한송이는 그제야 부씨 저택이 이렇게 많이 변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감쪽같이 숨겼던 것이다. 이제 그녀가 들이밀 수 있는 카드는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그녀 뱃속의 아이이다. “아빠, 저 임신했어요. 이거 보세요. 임신 검사 보고서예요. 그런데 어떻게 저를 쫓아낼 수 있어요?” “송희재는 책임감 있는 좋은 남자니까 끝까지 너를 책임질 거야. 게다가 이게 네가 원하는 결혼 아니었어? 시집가서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송희재는 속이 타들어 갔다. 오늘을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모른다. 드디어 염정훈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서정희가 어떻게 부남진의 친손녀일 수 있을까? 서정희는 파산한 서씨 집안의 딸이 아니었던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했다. 손을 뻗어 한송이를 붙잡았다. “송이야, 너 아직 임신 중이잖아, 진정해.” “진정하라고? 나보고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야! 서정희 같은 천한 년이 가당키나 해?” 부남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 “닥쳐! 네가 무슨 자격으로 함부로 욕하는데! 부씨 집안의 백이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꺼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한송이는 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