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5장
염정훈은 공짜로 좋은 연극 한 편을 본 셈이다. 아마 지금쯤 송희재는 화가 나서 피를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계획은 또 한 번 무너졌다.
오늘 즐겁게 식사를 했다.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부씨 집안의 몇몇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최악의 일들이 발생한 상황이라 부남진은 밥 먹을 생각조차 없었다.
서정희는 반찬을 집어주며 부남진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아버지, 건강 잘 챙기세요.”
부남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런 딸을 낳았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와 한시안은 분명 똑똑한 사람이다. 한송이가 누구를 닮았기에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인가!
오늘 식사는 끝나지 않았지만 좋았던 분위기는 한송이가 다 휘저어 놓은 탓에 빨리 끝이 났다.
부남진은 서정희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발 담가 주지 않아도 돼. 너의 할머니와 상의할 일이 있어.”
이 호칭에 서정희와 한시안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실룩거렸다. 한시안은 올해 쉰 살이다. 그런데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알겠어요. 어쨌든 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한송이의 임신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송희재는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이번만큼은 부남진의 한계를 건드린 것이다.
부장성도 따라갔다. 염정훈은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정희야, 데려다주마.”
바깥 복도의 불빛은 어두웠다. 가로등 아래 하얀 눈이 거위 털처럼 부드럽게 쏟아지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염정훈이 손을 들어 그녀의 손등을 툭툭 건드렸다. 서정희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왜.”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서정희는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손을 빼려고 했지만 너무 꽉 잡고 있은 탓에 벗어날 수 없었다.
“정희야, 우리 처음 연애했을 때가 생각나.”
서정희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의 염정훈은 외국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그녀의 학교로 찾아왔다.
“내려와. 기숙사 아래에 있어.”
서정희가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니 남자는 차에 기댄 채 고개를 젖히고 그녀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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