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0장

서정희는 힘든 척하며 그를 밀쳐내려 했다. “정, 정현 씨, 생각할 시간 좀 줘요.” 서정희가 차에 올라타자 전의현은 차 문을 잡고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안 가면 안 돼요?” “나도 나만의 생각이 있어요. 여기에 있는 것을 알았다면 오늘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일단 이거 놓고 생각할 시간 좀 줄래요?” “내 문자 답장하지 않으면 안 돼요. 네?” “알겠어요.” 전의현은 그제야 차 문에서 손을 뗐다. 액셀을 밟기 전 서정희는 일부러 할말이 많은 척하며 글썽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런 사람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게 해 재건 과정을 계속 뒤집는 것이다. 그가 고민한다면 그보다 더 고민해야 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그는 비정한 캐릭터에 대입되어 자신을 불쌍히 여겨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서정희는 새로운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삼십육계에서는 마음을 공략하는 상책이다. 오늘 백지연에게도 침을 놓아야 했다.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위해 백지연더러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게 했다. 서정희는 차에서 미리 가면을 쓴 후, 병원으로 향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한 여자가 그녀 앞에서 쓰러졌다. 다행히 서정희가 재빠르게 부축해 넘어지지 않았다. 팔로 상대의 허리를 감쌌다. 여자의 몸이 너무 야위고 허리가 너무 가늘다고 생각했다. 설마 또 마른 미를 추구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으면 중병에 걸려 항암치료가 금방 끝났을 것이다. 연예인처럼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려고 극심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이상 평범한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체형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 여자는 서정희의 품에 안겼다. 서정희가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자 하얀 피부와 가녀린 목덜미에 선명한 핏줄이 보였다. 정말 연약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이 여자를 본 서정희의 첫인상이었다. 서정희가 그녀의 몸을 확인하려 하자 여자는 눈을 뜨고 서정희를 훑어봤다. 사슴처럼 맑고 깨끗한 눈동자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