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0장

서정희는 신동우의 커다란 체구 앞에서 마치 토끼 같아 보였다. 몸은 저도 모르게 떨렸고, 두 손은 바닥을 짚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공포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렇다. 오늘 도망치는 것도 그녀의 계획안에 있었다. 어떤 여자가 상대방이 사람 목숨을 모기 목숨 대하듯 죽이는 현장을 포착하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곳에 계속해서 있겠는가? 도망치는 게 정상이었다. 만약 서정희가 고분고분 말을 들었으면 오히려 신동우의 의심을 샀을 것이다. 이건 두 사람의 심리전이었다. 서정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저, 저 그저 숨 쉬러 나왔어요. 도망치려고 한 거 아니에요.” 신동우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그녀를 쳐다보면서 입가에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서정희는 닭이 먹이를 쪼아 먹듯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저 나와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려고요.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아요.” “당신이 도망친 것도 아니고 내가 함부로 사람들을 죽일 리 있나? 다만 밖이 지금 많이 혼란스러우니 당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도 당신을 위해서야. 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라.” 말을 마치고는 바로 서정희를 마대 메듯 어깨에 걸치려고 하는데, 손가락이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녀가 사시나무 떨 듯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자신이 맹수인 것 마냥. “그렇게 내가 무서워?” 서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에 드러난 공포가 모든 걸 말해주었다. 신동우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면서 말했다. “걱정 마. 말만 잘 들으면 당신한테 나쁠 거 없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를 어깨에 메고 갔다. 그녀는 머릿속에 부두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떠올랐다. 아니면 도적떼 두목이 마을에 내려와 평민 여자들을 빼앗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 남자 머리가 잘못된 게 분명해. “놔요. 스스로 걸어갈 수 있어요.” 그녀는 낯선 남자와 신체적인 접촉이 있는 걸 질색했다. 물론 자신을 여자로서 좋아하는 거 아니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싫었다. 그녀가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