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1장

서정희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지금 염정훈의 모든 정신은 서정희와 신동우에게 가 있었다. 나라고 분쟁이고 그런 것은 그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두 사람이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훈아, 좀 도와줘. 반지만 찾아서 바로 돌아올 게. 내가 누구인지 절대 모를 거야.” 서정희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염정훈은 마음이 약해졌지만 다른 부탁이었으면 진작 들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 남자의 존엄을 짓밟는 행동이었다. “안 돼. 네가 다시 위험에 처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신동우가 제일 큰 위험이야. 나랑 가자. 이런 흙탕물은 네가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아니야!” “그래. 동의 안 한다 이거지?” 서정희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내가 하려는 일 지지 안 해주면 우린 더 이상 같이 있을 필요가 없지…” 염정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희야, 그걸로 협박하지 마.” “훈아, 3년 전 네가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그 차가운 복도에서 한송이한테 뺨 맞았을 때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모든 의료진이 날 차가운 눈초리로 보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어. 한송이가 너에게 수혈하는 걸 보고만 있었어. 그 사람들이 나는 백치미에 사람에게 해만 끼치는 사람인데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랑 결혼할 수 있냐고 수군거리는 걸 들었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넌 수술을 받고 있지만 나한테는 그 문이 우리 둘 사이의 건널 수 없는 큰 골짜기처럼 느껴졌어. 예전에 우리가 아무리 친했더라도 난 네가 사는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어. 매번 임무 나갈 때마다 떠나는 네 뒷모습만 바라보고 쓸쓸한 집을 지키며 너를 기다리고만 있었어.” “이제 지긋지긋해. 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앞으로는 너처럼 이 나라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싶어.” 바로 이때 아이가 태어났고 서정희는 얼른 아이의 엉덩이를 때렸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