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2장

밖으로 나간 서정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흙으로 바닥에 남아있던 양수를 덮는 것이었다. 양수의 흔적은 갈림길에서 끊겼다. 흔적을 따라 쫓아온 신동우도 갈림길에서 끊긴 흔적을 보고 멈추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다른 단서를 찾으려고 할 때 옆의 작은 골목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을 들고 천천히 다가가자 쓰레기통 뒤에 텅 빈 눈으로 숨어있는 서정희를 발견했다. 누군가가 다가오자 서정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오지 마요!” 그녀는 돌멩이를 들어 신동우 쪽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돌멩이를 가볍게 피하는 모습은 깔끔하고 멋있었다. 신동우는 그런 서정희를 깔아보았다. “드디어 찾았네.” 그제야 서정희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쪽이었어요?” 서정희는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신동우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곧바로 예전처럼 신동우의 어깨에 둘러메어졌다. “나쁜 놈. 이거 놔요. 내려줘요. 안 돌아갈 거예요.” “움직이기만 해. 한 방에 쏴 버릴 거니까.”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염정훈은 두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는 지금이라도 뛰쳐나가 서정희를 구해오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서정희가 원하는 게 아니겠지? 소피아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곧 차가 들어와 소피아 모자를 데려갔다. 그러니 염정훈도 일단은 떠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정희는 신동우에게 둘러메어진 채로 임시 거처로 옮겨졌다. 신동우는 그녀를 아무렇게나 던지는 바람에 서정희의 몸은 정원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시멘트 바닥이 아닌 흙이었지만 그래도 아팠다. “어디 한 번 또 도망가봐. 응?” 신동우가 손을 내밀자 누군가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야구 배트를 쥐어 주었다. 야구 배트를 어깨에 둘러멘 모습은 영락없는 깡패였다. “다시 도망 못 가게 다리 부러뜨려야지.” 겁에 질린 서정희가 뒤로 물러났다. “안 돼요. 다리 부러뜨리지 말아요. 도망 안 갈게요. 진짜예요.” “여자 말은 믿을 게 못 되지. 난 나만 믿어.” 그가 서정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