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3장

신동우는 다정함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비행기에 올라탄 신동우는 서정희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전에 무섭게 경고했다. “헛소리 한 번만 더하면 비행기에서 떨어뜨릴 거야.” 비행기가 이륙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서정희는 알 수 없었으나 염정훈이 성공했다는 건 알았다. 신동우는 매우 화가나 있었다. 마치 폭탄처럼 잘못 건드리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터질 것 같았다. 이럴 땐 불을 지피지 않게 멀리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서정희는 몸을 웅크린 채 턱을 무릎에 괴고 눈을 감았다. 최대한 존재감을 티 내지 않으려 했다. 신동우는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서정희를 보았다. 아직 멍이 들고 진흙이 묻어 있는 그녀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비행기 안의 냉방이 돌자 서정희는 왠지 서늘했다. 신동우는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자 서정희는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비행기는 C국의 수도 라카에 착륙하려고 했다. 따뜻한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졌고 서정희도 그제야 꿈에서 깨어났다. 낯선 풍경을 본 서정희가 물었다. “여긴 어디예요?” “라카.” 하룻밤이 지난 신동우는 화가 많이 가라앉았고 오히려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여기에 저는 왜 데리고 왔어요?” “여긴 내 나라야.” 말을 마친 신동우가 비행기 출입문을 열었다. 언론만 없었을 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귀국을 성대하게 환영하고 있었다. 신동우가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나섰다. 서정희는 그의 외투로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을 태운 차량은 곧장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이전의 임시 보호소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었다. 백 년 된 고성은 각양각색의 꽃들로 둘러싸였다. 날씨가 따뜻하니 적지 않은 새가 호숫가에 숨쉬고 있었다. 분수에서 뿜어져 나온 물은 푸르고 싱싱한 풀밭을 적셔주었다. 눈앞의 거친 남자가 이런 곳에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성으로 들어온 신동우는 그녀를 몇명 사용인에게 맡겼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신동우가 지시를 내렸다. “깨끗하게 씻기고 단장 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