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4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서정희는 뒤돌아보고 싶지도 않았다. 강제로 끌려온 것이 달갑지 않은 듯해 보이는 서정희의 손목을 강제로 잡아 끌었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신동우는 그녀를 자신의 침실로 끌고 왔다. 60평이 넘는 침실은 아주 넓었다. 바닥에는 화이트 러그가 쫙 깔려 있었고 명화가 곳곳에 걸려있는 침실은 이 궁궐처럼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져 있었다. 신동우의 성격상 이 침실은 그가 아닌 전 지도자가 남긴 걸작인 듯했다. 그는 서정희의 손을 놓아주며 큰소리를 쳤다. “내 집 꽤 크지. 입고 싶은 거 다 입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도망만 안 가고 날 치료해 주기만 한다면 다른 건 말하기 쉽지.” “알겠어요.” 서정희가 모처럼 순순히 대답했다. “씻고 올 테니까 약 준비해 놔.” 이번 일로 서정희를 조금 풀어주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곳은 그가 살고 있는 궁궐이었다. 서정희도 처음 와본 이곳에서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의 침실에 숨겨진 카메라가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 어릴 적부터 서제평이 그녀를 유명한 화가에게 보내 그림을 배우게 했었다. 책에서만 보던 세계 명화가 이 침실에 그것도 다 진품이란 사실이 놀라웠다. 전 지도자가 명화에 미친 컬렉터였다니. 씻고 나온 신동우는 흥분에 겨운 서정희를 보게 되었다. 서정희는 한 폭 한 폭 눈에 담았다. 때론 가까이 다가가서 어떤 수법으로 한 건지 색은 어떻게 배합한 건지 찬찬히 뜯어보기도 했다. “이딴 그림이 뭐 볼 게 있다고.” 서정희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세계 명화잖아요.” “좋아하면 가져가든가.” 서정희는 코를 짚고는 물었다. “날 준다고요? 이게 얼마 짜리인 줄은 알아요?” 신동우는 블랙 슬랙스만 입고 웃통은 까고 있었다. 구릿빛 근육을 드러내며 남성 호르몬을 풍겼다. “당신들이 그렇게 떠받드는 것들 나한테는 쓰레기일 뿐이야. 태워도 얼마 타지도 못하고 금방 없어질 것을.” “세상 귀한 줄 모르네요!” 서정희는 신동우가 원망스러웠다. “날 낫게만 해준다면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