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4장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서정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신동우의 몸 아래에 누워있었다. 신동우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서정희를 바라보았다. 왜 이래? 이미 욕구 다 해결한 거 아니었어? 서정희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왜, 왜 이래요?” 손을 움직여보았지만 그에게 꽉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는 손에 힘을 더 가했다. 반지 가장자리가 그녀의 연약한 피부를 꽉 누르고 있었다. “내가 돈 엄청 많이 주면서 부탁 하나만 들어 달라고 하면 들어 줄래?” “무슨 부탁이요?” 서정희는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거란 예감이 들었다. 입술을 핥은 신동우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랑 하룻밤 자.” “미쳤어요?” 서정희는 손을 들어 뺨을 때리러 했다. “변태 같은 새끼. 꿈도 꾸지 마요!” 하지만 이번엔 손바닥이 얼굴에 닿기도 전에 신동우에게 붙잡혔다. 두 손 다 머리 위로 올려져 몸매를 적나라하게 다 보여주게 되었다. “내 말 먼저 들어.” 신동우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여자 찾긴 했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찾긴 했는데 느낌이 안 와. 아무리 해도 역겹기만 해. 어릴 적에 충격을 받은 뒤로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는데 넌…” 그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넌 지금까지 유일하게 날 반응하게 만든 여자야. 그래서 네가 날 치료해줬으면 해. 너 의사잖아. 내가 죽는 꼴 그냥 지켜 보고만 있진 않겠지?” 가면 아래 진짜 얼굴이 익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대화였다. 아이 넷을 낳고도 이런 대화는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병은 치료해본 적이 없었다. “안 돼요. 그건 제 전공과 맞지 않으니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아니. 너여야만 해. 너만 내 병 고칠 수 있어.” 요즘 몇 번이고 서정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반응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모든 원인을 서정희에게 돌렸다. 모처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를 만났는데 한번 맛보면 다시는 생각이 안 나지 않을까? 서정희는 신동우를 더 자극하고 싶지 않아 조심스레 설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