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0장

서둘러 떠나려던 서정희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소리에 그녀는 제자리에 얼고 말았다. 총소리가 아니라 소형 폭탄인데 시후를 발견했다 해도 폭단으로 공격할 일이 있을까? 답은 단 하나, 반지에 심은 칩이 자폭 프로그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료에는 이 정보가 없었다. 시후는 죽은 건가? 시후를 찾아가려다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 지금 돌아가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동우한테 잡히면 목숨을 잃을 게 분명하다. 서정희는 빠르게 선택을 했고 게스트실로 달려갔다. 폭발소리에 놀라 사람들은 방에서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한편 서정희는 사람한테 잡혀 들어가지 못했다. “잠깐 멈추고 돌아서요.”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신동우의 부하 양겸인 것 같다. 그들은 이미 서정희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서정희는 침착하게 돌아서서 A국말로 물었다. “무슨 일이죠?” 서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선 여자는 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그녀의 갈색 머리는 핀으로 뒤로 감았다. 외모만 봤을 때 서 선생보다 훨씬 예뻤다. 또 배윤의 말이 생각나서 서정희의 목을 한참 보았다. 서정희는 목에 남긴 멍을 가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훤한 조명 아래서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찾던 사람이 아니지만 양겸은 계속해서 물었다. 서정희가 핑계를 찾기도전에 진상정이 찾아왔다. “사모님, 왜 아직도 여기 계셔요? 대표님이 한참 기다렸어요.” 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양겸한테 말했다. “저희 사모님입니다. 금방 도착하셨어요.” 어차피 서정희와 염정훈의 일은 인터넷에 잔뜩 퍼졌고 아무도 서정희가 서청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거다. 양겸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서정희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불빛 아래 귀걸이는 반짝거렸고 그녀의 피부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하얗다. A국 여자 특유의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폭발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일이 있나요?” “별 문제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