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1장

애교스런 목소리는 남자의 마음을 녹였다. 신동우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안개가 가득한 온천에 반 가면을 쓴 남자가 어떤 여자를 안고 있었다. 여자의 가느다란 목과 어깨가 보였고 치마가 물결에 펼쳐졌지만 주요 부위는 가려져 있었다. 하얀 다리는 남자의 허리를 감쌌고 두 손은 머리위로 잡혔다. 염정훈은 그녀의 목에 입을 맞췄고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동우가 문을 차고 들어오자 여자는 겁에 질린 사슴처럼 화들짝 놀랐다. 아름다운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고 염정훈의 품속으로 몸을 숨겼다. 염정훈은 땅에 떨어진 옷을 건져 그녀에게 걸쳐줬다. 반응은 빨랐지만 순간 갈색 머리가 얹은 여자의 아름다운 나비 뼈가 보였다. 그녀는 염정훈의 목을 안고 놀란듯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애교를 부렸다. “정훈아.” “별 일 없어. 걱정 마.” 염정훈은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단단히 감쌌다. 두 눈은 엄청 침울해보였다. 그는 서정희를 안고 일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신동우는 앞에 있는 여자를 빤히 쳐다봤다. 갈색 머리에 화장은 정교했으며 눈섭도 갈색이라 피부는 더 하애보였고 동화속의 공주마냥 아름다웠다. 서청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서청은 매번 그를 거칠게 대했고 애교를 부린 적은 더더욱 없었다. “미안해요. 실수로 두 명의 도둑이 들어왔어요. 폐를 끼칠까 봐 찾아왔어요.” 염정훈은 과일이 놓여 있던 작은 테이블을 발로 차며 화를 냈다. “미안하다면 다입니까? 밤에 동의 없이 남의 방에 들어오다니, 이게 C국이 손님을 대하는 예의인가요?” 분위기는 심각했다. 분명히 신동우의 잘못이고 그는 염정훈 품에 안긴 여린 여자가 서청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염정훈은 쉽게 넘어가기 싫었지만 서정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권했다. “정훈아, 화 내지 마. 오해일 거야. 이 사람들 그냥 내보내, 응? 내 상태가...” 그녀가 수줍고 난감해 하는 것을 보고 염정훈은 그녀를 더 꽉 안고 작은 목소리로 달랬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