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2장

서정희는 순간 누군가가 망치로 심장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그녀 몸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 염정훈은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꼬집었다. “친구요? 라카에 내 와이프의 친구가 있다고요?” 염정훈은 냉담하게 말했다. 서정희도 바로 정신을 차렸다. 시후가 그들에게 붙잡혔다. 그들이 가장 꺼리는 것은 조직을 배신하는 것이다. 레벨이 낮은 암살자들은 협박을 받으면 사실대로 말하곤 한다. 하지만 시후는 S급 킬러다. 그런데 그가 말한다고? 불가능하다. 그들은 늘 모든 것에 신중했다. 서정희는 지금까지 시후의 진짜 정체를 본 적이 없다. 시후도 그녀의 신분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두 번 파트너를 맺고 임무를 함께 했을 뿐, 친구라고 할 수도 없다. 시후가 어떻게 자신과 염정훈의 관계를 알겠는가? 서정희는 신동우가 자신을 속였다고 거의 단정할 수 있었다. 왜냐면 서청을 찾지 못한 데다가 서정희가 나타나 매우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면 그에게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공항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 “신동우 씨, 친구라면 배현 씨를 말하는 건가요? 저도 라카는 처음인데 어제는 너무 고마웠어요.” 신동우는 최대한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역시나 한 치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아니에요. 닉네임 시후라는 킬러입니다.” 신동우는 차가운 얼굴로 계속 말했다. “그 사람이 그쪽과 한패라고 했어요.” “한패라고요?” 염정훈은 냉소를 지었다. “아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한 패거리로 분류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신동우 씨, 입은 삐뚤어도 말을 똑바로 했어요. 그러다가 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도 있고요!” 키가 비슷한 두 사람이었지만 염정훈이 계단에 서 있어 신동우보다 머리가 반이나 더 컸고 기세도 압도적이었다. 신동우는 염정훈이 한 여자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전협정을 파기할 줄 몰랐다. “대장님, 두 분 모두 절도 사건과 관련되어 있어서 당분간 출국할 수 없습니다.” “웃기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