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5장

염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도 정희와 같이 있을게요. 물론 정희 잘못도 있지만 우리 두 사람이 같이 책임질게요.” 부장성은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같이 책임진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같이 책임질 것인데?” 이 한마디가 염정훈의 말문을 막았다. 부장성은 계속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이 진작 이혼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줘야 해?” 이혼한 일을 그는 여러 번 후회하고 있지만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결혼하지 않는 이상 그와 서정희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서정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재로 들어갔다. 서예 연습 중인 부남진은 고개를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 “왔니.” 부남진은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위압감은 서정희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윗사람의 위엄에서 오는 것일까? 서정희는 주저 없이 무릎을 꿇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사실 착한 서정희는 잘못한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어쨌든 먼저 사과한다고 나쁠 것은 없다. 부남진이 마지막 한 획을 그었다. 붓을 붓 통에 넣은 후에야 서정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더니 뒷짐을 지고 서정희 앞에 멈춰 섰다. 서정희는 눈을 내리깐 채 겁에 질려 있었다.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뭘 잘못했는데?” “할아버지를 속이면서 위험한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보아하니 머리가 잘못되지는 않았구나. 일어나.” 자신이 어렵게 찾은 손녀다. 그런데 어떻게 벌을 줄 수 있겠는가? 손을 뻗어 서정희의 손을 잡았다. 부남진의 매서운 눈빛도 점점 부드러워졌다. “정희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할아버지, 죄송해요.” “왜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는 거야?” 이런 상황에 서정희도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부남진은 가슴 아픈 듯한 눈빛을 내보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할아버지가 잘못했어. 일찍 찾지 못해 고생을 많이 시켰네.” 그녀가 블랙 X에 합류한 것은 부남진과 만나기 전의 일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몸과 마음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