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3장

문환희는 단순한 거지, 바보는 아니었다. 방금 전 어머니의 말을 들어도 추측이 갔다. 송희재가 자신을 극진히 사랑하는데,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분명 극단적인 행위를 했을 것이다. 송 사모님은 아들한테 뭐라 하지 못하겠으니 그 화를 문환희에게 쏟았다. 문환희도 자책하면서 자신이 송희재의 부담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한시앜에게 송희재를 용서해 달라고 손이야 발이야 빌기 직전이었다. 문환희의 불안한 모습을 보면서 서정희와 한시안은 얼른 그녀를 부축하여 눕혔다. 서정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요. 지금 출혈로 죽고 싶어요?” 문환희는 의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냥 조금 전에 움직였는데 바로 하혈 현상을 보였다. 이건 소파술 이후 정상적인 생리현상이지만, 서정희의 말을 듣자 문환희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꼼짝달싹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죽는 것이 두려웠다. 일단 자신이 죽으면 송희재가 미쳐버릴 테니까. 문환희가 고분고분 말을 듣는 모습을 보자, 한시안은 안쓰러워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시안이 그저 한송이 대신 속죄하기 위해 쇼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한시안 스스로는 눈앞의 가여운 여인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환희는 송씨 가문이 재앙을 막기 위해 입양한 딸이라고 들었다. 방금 전 송 사모님의 태도를 보더라도 그녀가 송씨 집안에서 힘들게 지내왔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타인에게 이 정도로 구타 당하고도 사과하는 문환희를 보면서 한시안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환희씨, 그만해요.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한시안은 그녀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물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 한시안의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인지, 어려서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문환희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사모님, 저 배가 아파요.” 서정희는 미간을 좁혔다. “왜 여태 말하지 않았어요? 진통제를 맞지 않았어요?” 소파술을 하고 나면 배에 통증이 뒤따른다. 문환희는 몸이 허약해서 일반인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