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5장

몇 시간에 걸려 염정훈 등에 박힌 유리 파편을 모두 제거했다. 염정훈은 당분간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마취를 했겠지만 염정훈은 마취 없이 끝까지 버텼다. 그 몇 시간이 지옥 같았다. 수술 끝나자마자 서정희를 보려고 마취를 하지 않고 맨정신에 버틴 것이었다. 한송이가 먼저 선수 쳤다. “오빠, 괜찮아요?” 온몸의 힘이 다 빠진 염정훈은 포개진 손등 위에 톡을 얹고 있었다. 통증으로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언제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 했지만 염정훈은 정신을 차린 채 문밖을 바라보았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한송이가 아닌 서정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염정훈은 한송이를 무시한채 힘들게 정희를 불렀다. “정희야.” 서정희는 그제야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염정훈이 한 손을 내밀자 서정희가 그 손을 붙잡았다. 염정훈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약속했지. 살아서 수술실 나오겠다고.” 말을 마친 염정훈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서정희를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염정훈의 행동에 한송이는 제대로 뺨을 맞은 듯했다. 염정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서정희에게 최고의 뒷배가 되어주었다. 진상정이 다급히 물었다. “우리 형님, 어떻게 됐어요?” 원 선생님이 코웃음을 쳤다. “운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심장에 박힐 뻔 했어. 다행히도 심장과 몇 센티 떨어져 있었어. 게다가 겨울이라 옷을 두껍게 입었으니 이정도로 끝났지 여름이었으면 진즉 죽었어.” “그럼 우리 형님 괜찮은 거네요?” “순전히 스스로 고통을 찾아 겪는 거지. 마취제를 못 쓰게 하고 맨정신에 버티겠다고 고집을 썼으니. 최근에 드레싱 자주 해주고 절대 2차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 해. 안 그럼 위험해.” “감사해요. 아저씨.” 원 선생님이 손을 휙휙 내저었다. “일단은 병실에서 이틀 관찰해 보자. 가.” 염정훈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이 확인되자 원 선생님도 마음이 놓였는지 표정이 처음처럼 차갑지 않았다. 염정훈이 손을 놓아주지 않아 서정희는 어쩔 수 없이 병실까지 같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