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6장

서정희는 남들 보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이 다 선입견을 갖고 자신을 대하고 있었고 이미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상황에 똑바로 서서 염정훈 곁을 지킨다 해도 그 사람들이 서정희를 좋게 보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워낙 몸이 약한 서정희는 오랜 시간 서있었더니 종아리가 시큰거렸다. 침대 옆에 쪼그리고 엎드려 있는다면 허리가 뻐근하고 등까지 아플 것이 분명했다. “고마워요. 이불 좀 갖다 주세요.” 그러고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곁에 서있던 한송이가 화를 누르지 못하고 따졌다. “너, 너 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게 뭣하는 짓이야?” 서정희가 눈을 깜빡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보다시피. 이 불여시는 피곤해서 이만.” “네가 어떻게 오빠랑 한 침대를 쓸 수 있어?” 한송이는 미쳐 팔짝 날뛸 노릇이었다. 서정희는 어이가 없었다. “저도 싫어요. 근데 절 꽉 붙잡고 안 놔주는 걸 어떡해요.” 그 사이에 서정희는 이미 몸을 눕히고는 뻔뻔스럽게 굴었다. “그쪽이 뭘 그렇게 흥분해요? 한 침대 쓰는 거 말고 더 한 것도 한 사이인데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한송이는 말문이 막혔다. 하는 수 없이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 염치가 있다면 더 이상 오빠를 귀찮게 하지 말아야지.” “죄송한데, 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서요. 귀찮게 매달린 건 내가 아니라 정훈 씨예요.” 진상정이 곧장 이불을 얻어왔다. “사모님, 이불이요. 푹 쉬세요. 오늘 고생하셨어요.” 한송이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뭘 했다고 고생이야?” 진상정은 서정희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우리 사모님은 그렇게 오랜 시간 서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고생하셨어요. 누나처럼 거칠고 건장한 사람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송이는 진상정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누가 거칠고 건장한 사람이라고? 다시 말해 봐! 센스 없이 이불 달랑 하나만 갖고 오고.” “부부가 한 방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