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7장
예전의 배후를 찾지도 못했는데 예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또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서정희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평생 다른 사람의 보호 하게 숨어 살아야 하나?
차안심의 죽음과 자신을 구하다 다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그 잔인한 비바람이 불던 밤은 서정희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가 되었다.
매번 요행을 바라고 살아남을 수는 없으니 강해져야만 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날이 밝아왔다. 염정훈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서정희도 그제야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병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한송이는 이때다 싶어 염정훈의 얼굴을 마음껏 훑어보았다.
예전에 임무 수행할 때는 가면을 쓰고 있어 아무도 그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었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한송이는 서정희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가까이 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염정훈을 볼 수 있고 그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염정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때 염정훈이 눈을 번쩍 떴다. 한송이가 황급히 눈길을 뗐다. 나쁜 짓을 들킨 것 마냥 심장이 두근거렸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염정훈은 눈치 채지 못했다.
염정훈이 눈을 떠 가장 먼저 눈에 담은 사람은 다름아닌 서정희였다.
자신이 염정훈을 훑어보듯 염정훈도 그렇게 서정희를 바라보았다. 서정희의 모습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려는 듯 그의 두 눈은 서정희로 가득 찼다.
염정훈은 손이 저렸는지 자세를 바꿔 서정희의 뺨을 쓰다듬으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는 곧 손을 거두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 같았다.
그때서야 염정훈은 병실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서정희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둔 염정훈은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와 눈이 마주친 한송이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녀가 입을 열어 말을 하려고 하자 염정훈이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찬 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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