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8장

염정훈이 가볍게 웃었다. “알아. 잠 들었든 깨어나 있든 네 손 놓고 싶지 않아.” 안색이 창백해진 염정훈은 가뜩이나 흰 피부가 더 병들어 보였다. 장시간의 수술을 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깨어나니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멀쩡했다. “마취 안 했다며?” “응. 죽으면 네 얼굴도 못 볼 까봐.”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염정훈은 실은 서정희가 마취가 잘 안 되는 체질이어서 매번 다칠 때마다 맨정신으로 버텨야만 했던 것이 떠올랐다. 출산할 때 대출혈이 났을 때도, 팔 상처 봉합할 때도, 손목을 다쳤을 때도 모두 마취 없이 버텼다. 염정훈이 마취를 하지 않은 것은 서정희가 겪었던 모든 고통을 마음에 굳게 새기기 위해서 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술을 마치고 맨정신으로 서정희를 보고 싶었다. 어젯밤의 응급처치가 효과가 없었다면 정신을 잃고 세상을 떴을 것이다. 그의 대답을 듣고 서정희는 생각에 잠겨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겉돌았다. 염정훈이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난 널 빨리 섬에 돌려보낼 거야. 여긴 이제 안전하지 않아.” “안전하지 않다는 건…” 염정훈이 진영을 불렀다. 이때까지 뒷수습을 하고 온 진영의 두 눈에 핏줄이 서있었다. “대표님, 저희가 제대로 모시지 못했습니다.” 진영이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염정훈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턱을 받치고 입을 열었다. “액땜 했다 치지 뭐. 그건 그렇고, 빨리 정희를 섬에 돌려보내.” 염정훈은 매우 확고했다. 이럴 때 염정훈은 분명 자신이 곁에 있기를 바랄 텐데, 자신을 가장 먼저 돌려보내려고 하다니. 염정훈에게 계획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젯밤의 일로 실마리를 잡은 듯 했다. 서정희가 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 알아내신 거라도 있어요?” 그러나 진영은 염정훈을 보았다. 염정훈의 허락없이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정희야, 애들도 밤새 널 많이 보고 싶어했을 거야. 민경이랑 해경이도 이미 만났을 거니까 너도 빨리 가봐. 난 괜찮아.” 염정훈이 너무 이상했다. 예전에는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