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6장

그 말을 듣자 서정희의 눈에서 눈물이 저도 모르게 주르르 흘러 내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퇴학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교수님이 갓 수술대에서 내려와서 수술복도 벗지 않은 채 메스를 들고 학교로 달려왔던 모습이 생생했다. 우현우는 맨 처음에 그녀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발생한 줄 알았다. 집안 사업이 갑자기 부도난 건가? 아니면 누군가의 협박을 당했는가? 당시 우현우는 서정희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만약 돈이 부족한 거라면 자신이 전액 장학금을 신청해주고, 함께 수술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주겠다고 했다. 만약 집에서 의학 공부를 그만두고 돌아가 사업을 이어받으라고 하면, 당장 서재평을 찾아가서 담판하겠다고 했다. 그는 땀범벅이 되어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정희야, 바보 같은 결정 내리지 마. 너처럼 재능을 타고난 아이가 그만두는 게 말이 돼?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나한테 뭐든 말해. 내가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줄게.” 서정희가 시집을 가기 위해 퇴학한다고 하자,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남자한테 책잡힌 거 있어? 네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어?” 모든 사람이 우현우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는 입이 닳도록 설득했고, 나중에는 직접 서재평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그것도 안 되니까 바로 염정훈의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염정훈은 그를 깍듯하게 대했다. 다만 서정희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라 다른 사람의 말이 아예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서정희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자, 우현우는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희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때의 그녀는 어렸다. 앞으로 어떤 역경이 기다릴지 모르고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교수님, 제가 선택한 길 후회 없이 걸을 거예요.” 뒤돌아서서 떠나는 우현우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그날따라 매미들이 유난히 크게 울어댔고, 햇빛에 그의 그림자가 엄청 길게 늘어났다. 서정희는 그때의 광경이 떠오를 때마다 부끄러웠다. 교수님은 분명 자신을 제자로 아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