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3장

염정한은 서정희가 염정훈의 흉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세상에서 염정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서정희밖에 없었다. 예전에 백지연과 함께 있을 때에는 항상 자신더러 염정훈의 사랑을 받아서 최대한 염정훈을 오래 머물게 하라고 시켰다. “아빠가 그렇게 허물이 많은 사람인데, 엄마는 어떻게 아빠를 좋아하게 됐어요?” 서정희는 화난 어투로 내뱉었다. “그건 내가 당시 눈이 삐어서 그런 거지. 아들, 예전에 엄마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아? 강에 헤어 다니는 물고들보다 더 많았어. 그런데 엄마가 아빠의 얼굴에 잘못 넘어갔지.” “만약 엄마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거고, 동생들도 없을 거잖아요.” 염정한은 실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러자 서정희는 얼른 설명했다. “그런데 네 아빠가 예전에는 사람다운 인간이었어. 엄마한테 잘해줬었고. 그래서 네가 있게 된 거야. 그리고 엄마는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엄청 많이 기대했어.” “그럼 지금은요? 아빠는 여전히 엄마한테 잘해주잖아요. 예전에 아빠가 엄마한테 했던 많은 일들이 엄마를 보호하기 위한 거라고 알고 있어요.”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엄마가 약속할 수 있는 건, 앞으로 어떻게 되던, 엄마는 변함없이 우리 정한이를 사랑할 거라는 거야.” 염정한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를 향한 사랑에서 조금만 아빠한테 떼어주면 안 돼요? 아빠 진짜 불쌍한 사람이에요.” “굳이 엄마의 사랑을 보태지 않아도 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아빠를 사랑해.” “그런데 아빠에게 있어서 엄마는 산소 같은 존재에요. 산소가 없으면 사람은 죽잖아요.” 염정한은 서정희의 품이 쏙 안겼다. 이 아이는 학습 능력이 엄청 빨랐다. 바로 애교를 부릴 줄 알았다. “저는 아빠도 좋고, 엄마도 좋아요. 더 좋기는 엄마랑 아빠가 함께이길 바라요.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함께 사랑해주는데, 엄마도 저를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어차피 지금 다른 사람도 없고, 저를 위해서라도 아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