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2장

염정한은 무척 민감했다. 어렵게 기다려온 엄마가 다시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서정희는 한 번 또 한 번 염정한에게 자신이 얼마나 염정한을 사랑하는지를 반복해서 말해줬다. 그리고 직접 맛있는 요리도 해주었다. 염정한은 배불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먹었다. 그래서 염정훈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서 수저를 빼앗았다. 그는 엄마의 손맛을 매일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한아, 이리 와.” 서정희는 베이 윈도우에 앉아 손짓하면서 염정한을 불렀다. 그러자 염정한은 얼른 올라가 서정희의 품에 안겼다. 그곳에서 본 훈련장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 엄마가 옆에 있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정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 정한이 이름은 엄마가 지었어. 엄마랑 아빠 이름에서 한 자씩 빼서 지은 거야. 그러니까 우리 정한이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태어난 아이야.” “그때 엄마는 아빠를 많이 사랑했겠네요?” “그럼. 많이 사랑했지.” 서정희는 아이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아빠에 대한 엄마의 마음이 어떠하던, 우리 정한이는 엄마의 뱃속에서 7개월 동안이나 있다가 태어난 엄마의 핏덩어리야. 당시 아빠가 너를 데리고 가서 엄마는 아예 네 존재를 몰랐어. 그래서 오랫동안 우리 정한이를 알아보지 못했던 거야. 그런데 엄마는 정한이를 하루도 잊은 적 없었고, 매일 그리워했어. 엄마는 이 세상 누구보다 우리 정한이를 사랑해.” 염정한은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 저도 엄마를 사랑해요. 엄청 많이 많이요.” “그래.” 서정희는 자신의 턱을 염정한의 머리 위에 갖다 댔다. “엄마는 아빠가 내린 결정을 간섭할 수 없어. 다만 여기에 있으면서 항상 조심해야 해. 위험이 생겼다 싶으면 우선 구조를 요청해. 알았지? 아직은 어리니까 자신을 보하는 게 최우선이야.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그 다음이야.” “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아빠가 사람을 지켜서 저를 보호하고 있어요. 몇 번이나 제가 버티지 못했을 때에도 다 그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