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1장

서정희는 염정한의 눈빛에서 긴장과 당황함을 읽어냈다. 대체 내가 이 어린아이에게 뭔 짓을 한 거야? 어떻게 애가 자신에게 이런 정서를 가지게 할 수 있어? “미안해. 미안해.” 서정희는 염정한을 품에 안고 거듭 사과했다. 염정한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물었다. “그......어떻게 왔어요?” “정한아, 미안해. 엄마가 늦었지?” “엄마?” 염정한이 잘못 들은 거 아니었다. 서정희가 엄마라고 했다. “정한아, 엄마가 오해가 있었어. 그래서 이제야 정한이를 알아봤어. 다 엄마 탓이야.” 서정희는 염정한을 더 꽉 껴안았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염정한의 목에 뚝뚝 떨어졌다. 이 순간 포옹은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염정훈은 약을 가져왔다. “정희야, 얼른 정한이에게 약 발라줘.” 서정희는 그제야 염정한을 풀어줬다. 그녀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염정한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폈다. “아프지?” “안 아파요.” 염정한은 멍하니 눈도 깜빡이지 않고 서정희를 쳐다봤다. 눈을 감으면 다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서정희가 자신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것을 지켜보면서 염정한이 염정훈에게 물었다. “아빠, 엄마 진짜 맞지?” 염정훈은 염정한은 콧등을 스치면서 웃었다. “그래. 진짜 엄마 맞아.” 염정한은 여전히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약을 바르는데도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서정희가 놀라서 다시 살라질까 봐 그는 두려웠다. 이 아이는 예전처럼 여전히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다. 어렸을 때에는 그래도 가끔 장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어른이 돼버렸다. 그래서 서정희는 그런 염정한이 더 가여웠다. “정한아, 배고프지? 엄마가 밥해줄까?” “네.” 애가 이토록 클 때까지 그녀는 이유식 한 번 해주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엄마의 자격도 없었다. 염정한을 안고 배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그녀는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나마 자신의 미친 행각을 멈췄기 천만다행이었다. 염정훈은 두 사람을 자신의 방으류 데려왔다. 평소에 일이 없을 때에는 늘 훈련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