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0장

무심도 화가 제대로 난 모양이었다. 그는 어린애를 대상으로 싸우려는 생각은 없었다. 여기에 있는 애들은 대부분 고아들이었다. 평소에 염정한을 괴롭힌 것도, 염정한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염정한은 자신의 명에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무심은 염정한에게 본때를 보여줄 기회를 노렸다. 그러면서 다른 애들 앞에서 자신의 위상도 높일 계획이었다. 그런데 염정한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고집불통이었다. 그만둘 생각은커녕 갈수록 용맹해졌다. 눈빛에서 불굴의 투지가 보였다. 이 놈 대체 뭐지? 왜 이렇게 어려워? “너 이 자식 죽었어.” 무심은 이제 본격적으로 패줄 생각이었다. 그는 주먹을 들어 염정한의 머리를 향해 날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그만해.” 염정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작은 체구로는 감당이 안 될 반격이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무심의 손목을 잡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뿔난 서정희에게 쏠렸다. 다행이 주먹을 날리기 전에 도착했다. 하지만 설령 서정희가 막지 않더라도, 옆에서 교관이 이미 마취총으로 무심을 겨누고 있었다. 염정한은 그 순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는 오랫동안 서정희를 보지 못했다. 그저 어렸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아빠는 늘 엄마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어려서 그 말을 그대로 믿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왜 자신의 옆에 없는 거지? 오랫동안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빠가 엄마의 사진을 줬기에, 그는 서정희가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정희를 다시 보는 순간, 염정한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분명 이건 환상일 거야. 엄마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나? 분명 자신을 싫어했잖아. 무심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다! 여기에 여자가 나타나다니! 이 여자는 염정한을 향해 달려왔다. 그러더니 바로 염정한을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