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5장
서정희는 염정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정한아, 엄마는 정한이의 생각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우리는 인생에서 원하는 걸 다 얻을 수는 없어. 완전한 가정을 원하는 정한이의 바람은 알지만,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
염정한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서정희를 바라보았다. 그 생각을 못해본 모양이었다.
서정희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엄마가 어렸을 때에도 우리 정한이랑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 가족이 함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항상 외할아버지와 나에 대한 태도가 냉랭했어. 만약 한 사람아 기쁘지 않은 나날이 오래 지내다보면 나중에는 우울해지고 난폭해져. 그러다 보면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를 주변 가족에게 분출하게 돼. 새를 키워본 적 있어?”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요. 아빠가 준 건데, 엄마가 좋아한다고 했어요.”
“새는 고양이와는 달라. 고양이는 집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데, 새는 작은 새장에 갇혀서 날 수가 없거든. 그러면 파란 하늘을 눈앞에 두고도 평생 만질 수가 없어. 너는 분명 새를 엄청 좋아하고, 매일 맛있는 음식을 주겠지만, 새는 과연 행복할까?”
“아빠가 엄마에게 있어서는 그 새장이라는 뜻이에요?”
서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혹시 엄마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엄마도 한때는 결혼 생활을 동경했던 시절이 있었어.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바랐었지. 그런데 이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내 생각과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아. 지금 이 상황은 결코 엄마가 바라던 바가 아니야. 그런데 이렇게 된 이상 엄마도 더 이상 선택할 여지가 없어.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우리 정한이를 끝까지 사랑하는 것밖에 없어. 그리고 여생으로 우리 정한이한테 못해준 것을 해줄 거야. 그런데 아빠와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우리 정한이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지?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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