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6장

서정희는 이렇게 아이를 설득했다. 염정한은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염정훈처럼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녀석은 오롯이 서정희부터 생각했다. 외모는 염정훈을 닮았지만 성격은 서정희를 닮은 듯했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 본인이 더 힘들고 안타깝다. 왜냐하면 그들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고 결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밤, 그녀의 품에 안긴 아이는 작은 손으로 서정희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녀석 얼굴의 상처를 훑어본 서정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아팠다. 이런 상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앞으로 염정한은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다. 분명 알면서도 녀석을 떠나야 하는 서정희의 마음은 정말 짠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지금 혹은 앞으로도 서정희가 변하지 않으면 염정훈과 염정한도 그녀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잡히는 순간 자신이 죽을 수 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강해지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송이와 같은 사람에게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염정훈의 권력이 사라지면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더구나 염정훈의 정체도 드러났다. 염정훈의 옆에 있어도 더 이상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염정훈과의 결혼 실패경험을 받아들인 서정희는 눈앞에 있는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 몇 명과 자신의 미래까지 생각해야 했다. 아이가 잠든 사이 염정훈은 살금살금 들어왔다. 염정훈의 가슴이 등에 닿자 서정희의 몸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뭐 하는 거야?” 서정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염정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겁내지 마, 그냥 안고 자기만 할게.” 염정훈의 입에서 나온 이 말에 서정희는 벌써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왠지 불안하고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염정훈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허리를 꼭 감싸 안고 물었다. “내일 떠날 거야?” 서정희는 나지막이 ‘응’이라고 대답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