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7장
서정희는 녀석의 이마에 키스하고 자리를 떴다. 문이 살짝 닫히자마자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눈을 떴다.
염정한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빠, 엄마 정말 남으면 안 되는 거야?”
“미안해.”
염정훈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서정희가 방문을 나서자 칼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정훈의 말대로 이미 사람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사모님, 비행기가 준비됐으니 지금 출발하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계류장이 멀어서 좀 걸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아요.”
서정희가 손사래를 쳤다.
두툼한 패딩 점퍼를 입고 모자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누군가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지만 감히 뒤돌아보지 못했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평생 떠날 방법이 없을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서정희는 속으로 여러 번 중얼거렸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자고...
염정훈은 아이를 안고 커튼 뒤에 숨었다. 아이는 눈물을 흘렸고 허공을 향해 서정희의 옷자락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
“아빠, 엄마 보내기 싫어. 이러다가 나를 버리면 어떡해?”
“그럴 리 없어. 엄마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너를 버리겠어? 단지 잠시 우리와 헤어지는 것뿐이야.”
염정한은 흐느끼며 말했다.
“아빠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어. 미치도록 보고 싶어, 꼭꼭 가둬서 평생 내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염정훈은 한숨을 푹 내쉰 후 말했다.
“아빠는 이미 한 번 잘못을 저질렀어. 똑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할 수 없어. 엄마는 원래부터 반짝반짝 빛날 사람이야. 예전에는 아빠가 억지로 옆에 가두고 꿈도, 즐거움도, 앞길도 다 빼앗아버렸어. 엄마는 꼭 마치 저 새장 속의 새 같았어. 이제 아빠가 새장을 열고 더 넓은 하늘로 날려 보내줄 거야.”
“그러다가 엄마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래서 새로운 삼촌과 가정을 꾸리게 되면 어떡할 거야? 두렵지 않아?”
염정훈도 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임성훈으로 위장해 오랜 시간 서정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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