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7장

진아영은 오늘따라 너무 협조적이었다. 차연준은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은 오후가 되어서야 천천히 일어나 점심을 먹었다. 차연준은 오후 내내 진아영과 함께 있었다. 마음이 이렇게 평온한 적이 없었다. 비서가 거듭 재촉해서야 차연준은 자리를 떴다. 떠나기 전 비행기 앞까지 배웅을 나온 진아영은 헬기 앞에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 다시 나 보러 올 거예요?” “왜, 가기도 전에 벌써 보고 싶은 거예요? 어젯밤으로는 많이 부족한가 봐요.” 차연준은 가볍게 웃었다. 진아영은 가끔 어리둥절하다 이렇게 점잖은 얼굴에서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차연준과 하루 이틀 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알만큼은 안다. 이 남자는 선을 지키는 염정훈과 다르다. 일단 흥이 올라오면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얘기하면서도 책상 아래의 손은 그녀의 허벅지에 올려놓곤 했다. “연준 씨, 떠나면 내가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진아영이 불쑥 물었다. 차연준은 어린 소녀가 애교를 부리는 줄로만 알고 손을 뻗어 그녀의 코를 만지작거렸다. “밤엔 너무 보고 싶어요.” 그가 말하는 것들은 결코 그녀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진아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 생각하지 않을래요. 힘들어요.” 차연준이 더 말을 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비서가 다시 한번 재촉했다. 오늘 밤 반드시 다른 나라로 날아가야 했다. 더 늦으면 진짜로 지각이다. 진아영의 허리를 끌어안은 차연준은 그녀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했다. “5일, 기껏해야 5일만 기다려요. 다시 만나러 올게요. 선물도 사 올게요. 나 많이 생각해요. 밤낮으로. 반지는 절대 빼지 말고요.” “네, 대표님. 잘 다녀오세요.” 진아영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안전한 자리에 섰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표님’이라는 단어에 차연준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진아영이 의도적으로 그와 거리를 두려는 것 같았다. 시간이 촉박해 별생각 없이 헬기에 올랐다.